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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시 모음, 정호승, 김용택 눈 오는 날 시

by sk5th 2025.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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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시 모음, 눈 오는 날 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은 언제나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눈이 내리는 날의 고요함, 하얀 세상 속의 따스한 온기, 그리고 그리움과 약속이 얽힌 감정들은 수많은 시인들의 영감을 자극해 왔습니다.

첫눈 시 모음 / 인천 서구 신현중 옆 석남 이음숲 공원 자작나무 숲

이번 글에서는 한국 시인들의 ‘첫눈’과 ‘눈 오는 날’을 주제로 한 첫눈 시 모음을 준비했습니다. 각 작품의 시적 정서를 감상하고 해석하며 시인의 문학적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첫눈 편지 - 이해인

첫눈 편지 - 이해인

차갑고도 따스하게
송이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
눈 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

가볍게 쌓여서
조용히 이루어 내는
무게와 깊이

하연 고지를 꺾고
끝내는 녹아버릴 줄도 아는
온유함이여

나도 그런 사랑을 해야겠네
그대가 하얀 눈사람으로
나를 기다리는 눈나라에서

하얗게 피어날 줄 밖에 모르는
눈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순결한 사랑을 해야겠네

감상평과 해설

이해인의 ‘첫눈 편지’는 단순히 자연의 현상으로서의 눈이 아닌, 인간 내면의 순수함과 사랑의 본질을 상징하는 시입니다.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이라는 구절은 집착 없는 사랑의 순결함을 노래합니다. 시인은 첫눈의 맑음 속에서 세속의 번뇌를 씻고, 다시금 ‘온유함’으로 돌아가길 염원합니다. 눈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사랑은 시인이 추구하는 영적 순결의 표상입니다.

이해인  시인 프로필

이해인 수녀 시인은 194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76년 수녀로서의 신앙과 함께 문학 활동을 병행하며 ‘사랑의 길’, ‘내 혼에 불을 놓아’ 등으로 대표되는 서정시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그녀의 시는 신앙과 삶의 경계에서 평화, 순결, 용서를 주제로 인간의 내면을 위로하는 특징을 지닙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감상평과 해설

정호승의 이 시는 ‘첫눈’이라는 계절적 상징을 통해 기다림과 사랑의 감정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합니다. 시 속의 첫눈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만남’과 ‘희망’을 약속하는 매개체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는 구절은 눈의 순결함이 인간의 사랑과 믿음의 순수성을 상징함을 드러냅니다. 눈 내리는 길을 걸으며 ‘눈물이 나도록 웃는’ 장면은 행복과 슬픔이 공존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품고 있습니다.

첫눈 / 정호승 - 우연과 숙명 사이

첫눈 / 정호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하는 새의
손등 위에 내린 너

시인 프로필

정호승 시인 프로필

정호승(1950~)은 감성적 언어로 일상 속 슬픔과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수선화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등에서처럼 그의 시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눈처럼 부드럽지만 그 안에는 결연한 희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첫눈 - 나태주

첫눈 - 나태주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젯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 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감상평과 해설

짧고 간결한 언어로 이루어진 이 시는 나태주 시인의 특유의 ‘짧은 시 안의 긴 여운’을 담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는 구절은 사랑의 감정을 자연 현상과 결합하여 표현한 시적 통찰의 정점입니다. 첫눈은 그리움의 결정체이며, 시인은 ‘네 하얀 마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랑의 순수함을 강조합니다. 눈이 내리는 장면은 단순한 겨울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 그리움이 물질화된 순간입니다.

나태주 시인 프로필

나태주 시인 프로필

나태주(1945~)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시 ‘풀꽃’으로 널리 알려진 서정시의 대표 시인입니다. 그는 일상적인 사물과 감정을 짧은 언어로 포착하며, 그 안에서 사랑과 인생의 본질을 찾아내는 시적 감수성을 보여줍니다.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 - 김용택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 / 김용택

처음 당신을 발견해 가던 떨림
당신을 알아 가던 환희
당신이라면 무엇이고 이해되던 무조건,
당신의 빛과 그림자 모두 내 것이 되어 가슴에 연민으로 오던 아픔,
이렇게 당신께 길들여지고 그 길들여짐을 나는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사코 거부할랍니다.
당신이 내 일상이 되는 것을.
늘 새로운 부끄럼으로
늘 새로운 떨림으로
처음의 감동을 새롭히고 말 겁니다.

사랑이,
사랑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요.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내 사랑을 이끌어 낼 사람 어디 있을라구요.
기막힌 별을 따는 것이 어디 두 번이나 있을법한 일일라구요.

한 번으로 지쳐 혼신이 사그라질 것이 사랑이 아니던지요.
맨처음의 떨림을 항상 새로움으로 가꾸는 것이 사랑이겠지요.
그것은 의지적인 정성이 필요한 것이지요.
사랑은 쉽게 닳아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당신께 대한 정성을 늘 새롭히는 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나는 내 생애에 인간이 되는 첫관문을 뚫어주신 당신이 영원
으로 가는 길까지 함께 가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당신에게 속한 모든 것이 당신처럼 귀합니다.
당신의 사랑도, 당신의 아픔도, 당신의 소망도, 당신의 고뇌도 모두 나의 것입니다.

당신 하나로 밤이 깊어지고 해가 떴습니다.
피로와 일 속에서도 당신은 나를 놓아 주지 아니하셨습니다.
기도, 명상까지도 당신은 점령군이 되어 버리셨습니다.

내게,
아, 내게
첫눈 같은 당신.

감상평과 해설

김용택 시인의 ‘첫눈 같은 이’는 사랑의 감정이 지닌 ‘처음의 설렘’을 첫눈에 빗댄 서정시입니다. ‘당신이 내 일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구절은 사랑이 일상이 될 때 희미해지는 떨림을 두려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첫눈처럼 ‘항상 새롭고 순수한 사랑’을 지향합니다. 시 속의 사랑은 열정이 아니라 정성, 반복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선택되는 의지입니다. 그래서 이 시는 단순한 연정시가 아니라 ‘사랑의 지속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읽힙니다.

김용택 시인 프로필

김용택(1948~)은 전북 임실 출신으로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일상의 따뜻함을 주제로 한 시로 유명합니다. 그의 시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며, 자연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는 철학적 서정을 담고 있습니다.


첫눈이 오는 날 - 김남식

첫눈이 오는 날 - 김남식

첫눈은 느닷없이 오는 눈이다
그것도 일 년 만에
첫눈이 오는 나는 왠지 기분이 묘하고 술렁인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대문 앞 삽살개까지 코리를 흔든다

첫눈이 오는 날은 누군가에게서 꼭 연락이 올 것 같다
멀리 떨어진 친구 아니면
영영 소식이 없는 그 어떤 사람에게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그래서 첫눈을 마중하러 나간다

나뭇잎이 한두 잎 매달린 나뭇가지 위에
어설픈 가을 막 풀덤불 위에도
그리고 도시의 지붕 위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내 맘뿐

첫눈이 오는 날 모두를 용서할 것 같다
작은 오해에서 빚어진 토라짐부터 주먹다짐까지
첫눈을 구실 삼아 술 한잔 하자면
서로 얼었던 마음이 눈처럼 녹을 것 같다
오래전에 헤어진 그 사람까지도

감상평과 해설

김남식의 시는 첫눈이 가지는 인간관계의 회복력을 노래합니다. 첫눈은 ‘연락’과 ‘용서’의 매개체로서, 서로의 감정을 다시 이어주는 자연의 언어입니다. 눈이 세상을 덮듯 인간의 서운함도 덮는다는 발상은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입니다. 시인은 첫눈을 통해 인간의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하며, 겨울이라는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온기를 발견합니다.


첫눈, 내리고 - 김경숙

첫눈, 내리고 - 김경숙

어디서 오시는가
설레는 가슴을 열어
다가오는 시간을 담습니다

하연 눈이 내려와 자꾸 내려와 창 박 나뭇가지보다
내 마음에 먼저 내려 쌓이고
단단한 땅에 스미고
마음은 그대 영혼을 안고 생각의 생각을 녹이며
젖고 젖습니다

생각의 숲은 눈발과 눈발 사이 경계처럼 이어지고
그 생각들을 또 다른 내 안에 담으며
선택의 길 걸어갑니다

때때로 가슴 뛰던 세월 속살
억새꽃 하얀 미소로 흔들리면
축복이 쏟아져 내린 땅에 서서
첫눈의 젖은 숨소리 시간에 담습니다

감상평과 해설

김경숙의 시는 감각적인 언어와 내면적 묘사가 돋보입니다. 첫눈이 ‘마음에 먼저 내린다’는 구절은 감정의 선행성을 상징합니다. 자연보다 인간의 내면이 먼저 반응하고, 눈은 그 감정을 시각화한 결과입니다. 시 전체는 명상적 어조로 진행되며, ‘젖고 젖는다’는 표현은 감정의 포화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녀에게 첫눈은 ‘사유의 순간이자 정화의 시간’입니다.


첫눈이 내립니다 - 안도현

첫눈이 내립니다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감상평과 해설

안도현 시인의 이 작품은 ‘기다림의 시’입니다. 첫눈은 사랑의 회복, 혹은 순수한 감정의 귀환을 상징합니다. ‘숲의 나무’로 의인화된 화자는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순수한 존재로 환원되고자 합니다. 눈이 쌓일수록 깨닫는 ‘비움의 철학’은 불교적 명상과 닮아 있습니다. 첫눈을 맞는 행위는 사랑을 통한 자기정화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안도현 시인 프로필

안도현 시인 프로필

안도현(1961~)은 전북 출신으로 ‘연탄한장’, ‘너에게 묻는다’로 대표되는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감수성을 지닌 시인입니다. 그의 시는 따뜻하지만 날카롭고, 현실 속 인간애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탁월합니다.


첫눈 - 이정하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감상평과 해설

이정하의 시는 이별 후 떠오르는 기억과 그리움을 첫눈과 결합시킨 작품입니다. 첫눈은 사랑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감정의 자극제이며, 시인은 눈처럼 ‘쌓여가는 그리움’을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낙엽이 질 때 잊었던 사랑이 다시 눈처럼 내려 마음에 쌓인다는 구절은 계절의 순환을 인간의 감정 순환으로 은유한 탁월한 표현입니다.

이정하  시인 프로필

이정하(1961~)는 ‘그대에게 가고 싶다’로 잘 알려진 서정 시인으로, 섬세한 감정 표현과 진솔한 언어로 사랑과 고독의 정서를 담아냅니다.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 - 이문조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 - 이문조

첫눈 첫사랑 첫 키스 첫 경험
처음만큼 설레는 것도 없다

눈 내리는 고요한 이 밤
첫눈 올 때 우리 만나자는
희미한 옛날의 약속 떠올리고

첫사랑의 그녀를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내보고

첫 키스의 달콤하고 황홀한 솜사탕을
다시 핥아 본다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는 그 약속
아직도 유효한지
달려가고만 싶은 소년의 마음
설레는 첫사랑의 추억

감상평과 해설

이문조의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는 제목부터가 향수와 약속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시 속의 화자는 첫눈이라는 계절의 신호를 통해 과거의 기억 속 첫사랑을 되살려냅니다. ‘첫눈 첫사랑 첫 키스 첫 경험’으로 이어지는 반복 구조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순수함을 극대화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바래지 않는 감정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시인은 눈 내리는 고요한 밤을 배경으로 ‘소년의 마음’을 다시 꺼내 들며, 잊힌 사랑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으로 존재하는 ‘감정의 잔향’을 표현합니다. 눈이 내리는 순간마다 떠오르는 첫사랑의 추억은,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되돌릴 수 없는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첫눈을 ‘기억의 열쇠’로 삼아 인간 내면의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섬세한 서정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문조  시인 프로필

이문조는 1970~1980년대 감성시 운동의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투명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포착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의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는 진솔한 감정의 결을 드러내며, ‘기억과 시간’을 주제로 인간 내면의 변하지 않는 감정선을 탐구합니다.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의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첫눈 내리는 아침 - 안희선

첫눈 내리는 아침 - 안희선

지난밤
한 겨울의 기나긴 추위가
뼛속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아직도 내 가슴에
속절없이 살아있는 하얀 그리움

그곳에 날아가 못 박히는
눈물겨운 그대가
아침 햇살처럼 따스합니다

감상평과 해설

안희선의 ‘첫눈 내리는 아침’은 짧은 시 속에 ‘겨울의 고요’와 ‘그리움의 온기’를 동시에 담은 작품입니다. 눈이 내리는 아침의 풍경은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감정의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시인은 ‘뼛속 깊이 스며드는 추위’라는 표현으로 겨울의 냉기를 현실의 고통처럼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그대가 아침 햇살처럼 따스합니다’라는 구절로 그리움이 가져오는 내면의 온기를 표현합니다. 눈이 내리는 아침은 과거의 사랑과 추억이 되살아나는 시간이며, 시인은 그 순간의 감정을 정제된 언어로 포착합니다. 첫눈은 그리움의 상징으로, ‘하얀 그리움’이라는 시어는 눈의 색과 감정의 순수를 겹쳐 표현한 시적 장치입니다. 이 시는 짧지만 응축된 정서와 여운을 남기며, 첫눈이라는 자연의 이미지 속에 인간의 내면 풍경을 깊이 있게 담아낸 서정시로 평가됩니다.

안희선  시인 프로필

안희선은 현대 서정시단에서 ‘감정의 절제미’로 알려진 시인으로,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 그리고 구원의 감정을 짧은 시구 안에 농축해 표현하는 문체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일상적 언어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며, ‘침묵과 여백’의 미학을 중시하는 시 세계를 펼쳐 왔습니다. ‘첫눈 내리는 아침’은 그의 시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단 한 줄의 문장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와 겨울의 정적이 교차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

첫눈은 단순한 겨울의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가장 투명해지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시인들은 각자의 언어로 첫눈을 사랑, 그리움, 용서, 기다림의 은유로 풀어냈습니다. 이해인은 눈을 통해 순수한 사랑의 본질을, 정호승은 첫눈의 기다림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따뜻함을, 나태주는 그리움의 눈발 속에서 순백의 마음을, 김용택은 첫눈 같은 사랑의 지속성을 노래했습니다.

각 시인은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도 인간의 온기를 발견했고, 눈은 그들에게 ‘시간이 멈추는 순간’이자 ‘마음이 정화되는 사건’이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그날, 이 시들처럼 우리 마음에도 하얀 평화가 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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