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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시 모음, 이해인 수녀, 박노해 시인 겨울에 관한 시

by sk5th 202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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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시 모음, 겨울에 관한 시

겨울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차가움 속에 더욱 선명해지는 마음을 마주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앙상해진 나뭇가지처럼 비워진 자리는 오히려 따뜻한 온기를 더 간절하게 만들고, 눈송이가 내리며 남긴 흰 흔적 위로 사람들의 기억과 희망이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이 겨울시 모음 글에서는 겨울을 노래한 시들을 소개하고, 각 작품에 담긴 겨울의 정서를 해설과 감상으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시를 쓴 시인들의 간략한 프로필도 함께 담아,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겨울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생명을 품고 있으며, 시는 그 숨은 따뜻함을 발견하게 하는 통로입니다. 박노해와 이해인 수녀 두 시인의 작품은 한국에서 많은 독자의 마음에 위로와 희망을 전해 온 대표적인 겨울 시였습니다. 겨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치열한 성찰,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떠오르는 희망의 빛을 담은 이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겨울의 메시지를 되새겨보겠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겨울 시 모음

박노해 시인 프로필

  • 본명: 박기평
  • 출생: 1957년 전라북도 정읍
  • 주요 활동: 노동운동가, 시인, 사진작가
  • 대표집: ‘노동의 새벽’,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시 세계 특징: 사회현실을 향한 비판, 연대, 인간 본연의 따뜻함을 담은 시어 사용

박노해 시인의 겨울 시들은 추위 속에서 성장하고, 고통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인간 정신에 주목합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단순한 자연 이미지가 아닌 ‘살아야 하는 이유’, ‘희망이 싹트는 과정을 견뎌내는 시간’으로 바라봅니다.

겨울 사랑 감상 및 해설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이 작품에서 겨울은 단순한 추위가 아니라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조건입니다. 어려운 겨울이 없었다면 포옹의 따뜻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겨울밤 눈보라를 견디는 순간에야 작은 방 하나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듯, 시 속 겨울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깊은 마음을 되찾게 합니다. 겨울의 고통은 상실이 아닌 사랑이 더 깊어지기 위한 맹렬한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 겨울의 시 감상 및 해설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시인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그 겨울의 시'

이 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통해 가난한 이웃을 걱정하던 할머니의 따스한 정을 떠올리며, 겨울밤의 추위 속에도 인간의 연대와 배려가 존재했음을 이야기합니다. 차갑고 어둡던 기억조차 인간의 사랑이 남아 있는 한 아름다운 시가 된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겨울에 짙게 새겨진 배려와 슬픔의 결은 시 안에서 눈물과도 같은 따스한 감성으로 녹아납니다.

겨울 날의 희망 감상 및 해설

겨울 날의 희망 / 박노해

따뜻한 사람이 좋다면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꽃 피는 얼굴이 좋다면
우리 겨울 침묵을 가질 일이다

빛나는 날들이 좋다면
우리 겨울 밤들을 가질 일이다

우리 희망은, 긴 겨울 추위에 얼면서
얼어붙은 심장에 뜨거운 피가 돌고
얼어붙은 뿌리에 푸른 불길이 살아나는 것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우리 겨울 희망을 품을 일이다

‘희망은 겨울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시인의 관점이 가장 선명하게 담긴 작품입니다.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고통의 시간일수록 변화의 에너지가 응축됩니다. 겨울밤의 침묵을 견디는 자만이 빛나는 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희망은 자연스럽게 오는 선물이 아니라 겨울을 이겨내려는 생명의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겨울 산책 감상 및 해설

겨울 산책 / 박노해

아찌, 왜 입에서 하얀 게 나와?
음 겨울엔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지니까

근데 왜 어깨를 웅크리는 거야?
자기 안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느라고

그럼 왜 손을 꼬옥 잡아?
얼지 말라고 서로 온기를 나누는 거야

겨울밤엔 왜 별이 더 반짝반짝 빛나?
춥고 어두울수록 더 그리워서 오래 바라보니까

아찌… 근데… 왜 눈물이 나?
얼음 마음이 녹아내리나 봐… 새싹이 돋으려구

그럼 나도 울어도 괜찮아?
그럼 그럼 그래야 촉촉이 꽃눈이 피겠지

제대로 울고 제대로 웃어야
봄으로 가는 사람이겠지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겨울 산책’

아이의 질문을 통해 겨울의 풍경을 인간의 감정과 결부지어 설명하는 방식은 시인 특유의 따뜻함을 보여줍니다. ‘어깨를 웅크리는 이유’ ‘손을 꼭 잡는 이유’ 등 일상적 움직음 속에 숨겨진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합니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새싹이 돋기 위한 과정이며, 제대로 울고 웃을 수 있어야 봄으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합니다.

겨울 속으로 감상 및 해설

겨울 속으로 / 박노해

눈 푸른 한 사람이
가을 산을 달리네

가슴에 봄불 안고
겨울 속으로 달리네

中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그해 겨울 나무

박노해

-1-

그해 겨울은 창백했다
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
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
온몸 흔들며 아니라고도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
그 푸른 꿈은 돌아외 않는다고도 했다
세계를 뒤흔들며 모스크바에서 몰아친 삭풍은
순식간에 떠나보냈다
잿빛 하늘에선 까마귀떼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
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
그해 겨울,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

-2-
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
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
빛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
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
언 땅에 눈이 내렸다
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
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
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
절대적이던 것은 무너져 내렸고
그것은 정해진 추락이었다
몸뚱이만 깃대로 서서
처절한 눈동자로 자신을 직시하며
낡은 건 떨치고 산 것을 보듬어 살리고 있었다
땅은 그대로 모순투성이 땅
뿌리는 강인한 목숨으로 변함없는 뿌리일 뿐
여전한 것은 춥고 서러운 사람들, 아
산다는 것은 살아 움직이며 빛살 틔우는 투쟁이었다

-3-
이 겨울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었다
죽음 같은 자기 비판을 앓고 난 수척한 얼굴들은
아무데도 아무데도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디를 굵히며 나이테를 늘리며
뿌리는 빨갛게 언 손을 세워 들고
촉촉한 빛을 스스로 맹글며 키우고 있었다
오직 핏속으로 뼛속으로 차오르는 푸르름만이
그 겨울의 신념이었다
한점 욕망의 벌레가 내려와
허리 묶은 동아줄에 기어들고
마침내 겨울나무는 애착의 띠를 뜯어 쿨럭이며 불태웠다
살점 에이는 밤바람이 몰아쳤고 그 겨울 내내
뼈아픈 침묵이 내면의 종울림으로 맥놀이쳐갔다
모두들 말이 없었지만 이 긴 침묵이
새로운 탄생의 첫발임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해 겨울,
나의 패배는 참된 시작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이 시는 계절을 뛰어넘는 생명의 에너지를 노래합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달려가는 모습은 한 사람 속에 봄을 품고 있다는 상징이며, 이는 절망 속에서도 불씨를 품은 삶의 태도를 함축합니다.

그해 겨울 나무 감상 및 해설

이 작품은 보편적 겨울의 이미지가 아닌 역사와 사회적 아픔을 포함한 ‘시대의 겨울’을 다룹니다. 절망 속에서 뿌리를 붙잡고 더 강하게 성장하는 삶의 저항을 노래하며, 인생과 사회의 추위는 언젠가 새 생명을 틔우는 밑거름이라는 믿음을 표현합니다. 패배를 시작으로 삼는 시인의 태도는 결국 희망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박노해의 겨울시는 인간이 견딜 수 없다고 느끼는 모든 혹독함을 삶의 한 과정으로 바라보며, 겨울로 인해 오히려 이어지는 사랑, 연대, 부활을 그립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겨울 시 모음

이해인 수녀 프로필

  • 본명: 이순규
  • 출생: 1945년 강원도 양구
  • 종교: 가톨릭(수녀)
  • 대표집: ‘민들레의 영토’, ‘기도로 시작하는 아침’
  • 시 세계 특징: 하느님을 향한 사랑, 소박한 일상 속 위로, 맑고 순수한 언어로 이루어진 치유의 시

이해인 수녀의 시에 등장하는 겨울은 차갑기보다 깨끗하며, 슬프기보다 희망에 가깝습니다. 겨울은 신앙과 사랑, 그리고 위로의 시간이자 더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겨울바다 감상 및 해설

겨울바다 / 이해인

내 쓸모없는 생각들이 모두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바다를 본다

누구도 사랑하기 어려운 마음일 때
기도가 되지 않는 답답한 때

아무도 이해 못 받는 혼자임을 느낄 때
나는 바다를 본다

참 아름다운 바다빛 하늘빛
하느님의 빛

그 푸르디푸른 빛을 보면
누군가에게 꼭 편지를 쓰고 싶다

사랑이 길게 물 흐르는 바다에
나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겨울바다는 차갑고 고독하지만, 오히려 깊은 위로를 주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상처와 혼란을 겨울바다에 맡기고 다시 마음을 비우는 과정이 담겨 있으며, ‘푸른 빛’은 신앙적 의미에서 희망의 색으로 기능합니다.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바다를 통해 다시 사랑을 품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겨울편지 감상 및 해설

겨울편지 / 이해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눈이 쌓인 풍경 속에서 그리움을 전하는 시입니다. 멀리 있는 누군가를 향한 깊은 애정과 기다림이 눈송이에 비유됩니다. 하얗고 부드러운 눈처럼 순수하고 맑게 상대를 향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문장마다 포근한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겨울 길을 간다 감상 및 해설

겨울 길을 간다 / 이해인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겨울의 길은 외롭고 적막하지만, 동시에 깊은 성찰의 통로입니다. 화려함을 벗어난 숲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고독을 수용하고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바뀝니다. 어둠 속에서도 별 하나를 품으며 걸어갈 용기를 노래합니다.

겨울 아가 감상 및 해설

겨울 아가 1 / 이해인

눈보라 속에서 기침하는
벙어리 겨울나무처럼
그대를 사랑하리라

밖으로는 눈꽃을
안으로는 뜨거운 지혜의 꽃 피우며
기다림의 긴 추위를 이겨 내리라

비록 어느 날
눈사태에 쓰러져
하얀 피 흘리는
무명(無名)의 순교자가 될지라도
후회 없는 사랑의 아픔
연약한 나의 두 팔로
힘껏 받아 안으리라

모든 잎새의 무게를 내려 놓고
하얀 뼈 마디 마디 봄을 키우는
겨울나무여

나도 언젠가는
끝없는 그리움의 무게를
땅 위에 내려 놓고 떠나리라

노래하며 노래하며
순백(純白)의 눈사람으로
그대가 나를 기다리는
순백의 나라로

겨울 아가 2 / 이해인

하얀 배추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속에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두 편의 작품 모두 겨울을 사랑과 순교의 시간으로 묘사합니다. 겨울나무가 잎을 모두 떨구고도 봄을 품고 있듯, 인간의 사랑도 희생과 기다림 속에서 완성된다는 메시지입니다. 김장독을 비유한 구절은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지혜를 아름답게 담고 있습니다.

겨울산에서 감상 및 해설

겨울산에서 / 이해인

죽어서야
다시 사는 법을
여기 와서 배웁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모든 이와 헤어졌지만
모든 이를 다 새롭게 만난다고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 산길에서
산새가 되어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
눈 속에 노을 속에
사라지면서
다시 시작되는
나의 사랑이여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아도 결국 다시 시작되는 생명을 발견하는 시간, 바로 겨울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얗게 쌓인 자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신비로움과 사랑은 인간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겨울 엽서 감상 및 해설

겨울 엽서 / 이해인

오랜만에 다시 온
광안리 수녀원의
아침 산책길에서
시를 줍듯이
솔방울을 줍다가 만난
한 마리의 고운 새

새가 건네 준
유순한 아침인사를
그대에게 보냅니다

파밭에 오래 서서
파처럼 아린 마음으로
조용히 끌어안던 하늘과 바다의
그 하나된 푸르름을
우정의 빛깔로 보냅니다

빨간 동백꽃잎 사이사이
숨어 있는 바람을
가만히 흔들어 깨우다가
멈추어 서서 듣던 종소리

맑음과 여운이 하도 길어
영원에까지 닿을 듯한
수녀원의 종소리도 보내니
영원한 마음으로 받아 주십시오

겨울 아침의 작은 풍경이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인사로 변주됩니다. 수녀원의 고요한 종소리처럼 긴 여운을 남기며,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다시 겨울 아침에 감상 및 해설

다시 겨울 아침에 / 이해인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소리
알아듣는
작은 새 한 마리
나를 반기고

어떻게 살까
묻지 않아도

오늘은 희망이라고
깃을 치는 아침 인사에

나는 웃으며
하늘을 보네

타인의 눈물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가 느끼는 무게와, 그럼에도 새 한 마리가 선물처럼 전하는 희망을 담아냅니다.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회복시키는 시입니다.

겨울 연가 감상 및 해설

겨울 연가 /이해인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네가 있는 곳에도
눈이 오는지 궁금해
창문을 열어본다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쏟아지는 함박눈이다
얼어붙은 솜사탕이다

와아!
하루 종일
눈꽃 속에 묻혀가는
나의 감탄사

어찌 감당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눈이 쏟아지는 날, 그리움이 눈꽃처럼 쌓여가는 감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겨울의 감탄과 설렘,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는 사랑의 크기를 담담한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추위 속에서도 마음은 가장 뜨겁게 타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해인 수녀의 겨울 시들은 차가운 계절에 사랑을 이야기하며,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고요한 언어 속에 신앙과 위로가 흐르고, 겨울을 살아갈 힘을 건네줍니다.

결론

박노해 시인의 겨울은 고난과 저항, 삶의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켜내는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반면 이해인 수녀의 겨울은 고요한 치유와 사랑의 계절, 신에게서 오는 잠잠한 위로의 시간입니다. 서로 다른 시선은 결국 같은 메시지에 닿습니다. 겨울은 끝이 아니라, 새로움이 시작되는 문턱이라는 것. 차가움은 따뜻함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며, 눈이 내리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 소개한 겨울 시들이 독자에게도 눈처럼 가볍지만 깊은 온기를 남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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