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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단어 어휘 인사말 기도/문학 책 시

12월의 시 모음 - 이해인, 목필균, 이채

by sk5th 202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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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모음

12월은 한 해를 갈무리하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바라보는 순간, 사람들은 지나온 열두 달의 감정과 기억을 하나씩 꺼내 보며 자신만의 회고와 성찰을 하게 됩니다. 길 위에 떨어진 낙엽처럼 조용히 떠나는 시간도 있고, 눈발처럼 가볍게 지나가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순간도 있습니다. 특히 시는 이 계절과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립니다. 쓸쓸함과 따뜻함, 고독과 희망이 교차하는 이 12월이라는 공간 속에서 시인들은 서늘한 감성을 품은 문장으로 우리 마음을 흔들어놓습니다.

12월의 시 모음

이 글에서는 이해인, 조병화, 최연홍, 강은교, 이외수, 반기룡, 임영준, 오경택, 하영순, 구경애, 오정방, 이채, 혜원 전진옥, 목필균 등 여러 시인의 ‘12월 시’를 살펴보며 각 작품의 감상과 해설, 시인 프로필을 함께 정리합니다. 문단과 리스트를 결합하되 불필요한 개행 없이 서술형으로 구성하였으며, 시의 정서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한 편씩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12월의 시 — 이해인

12월의 시 / 이해인 수녀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것을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이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에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감상평

이 시는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둔 자아의 성찰을 세밀하게 드러내며, 삶의 회한과 감사가 공존하는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후회, 용서, 기도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인의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라는 문장은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인식하는 동시에 내일을 향한 다짐을 고요하게 일깨웁니다. 이 시는 12월의 쓸쓸함 속에서도 감사의 마음을 놓지 않는 자세를 강조하며, 몽환적인 고독과 단정한 문체가 읽는 이를 차분하게 만듭니다.

해설

  • 12월을 ‘감사하는 시간’으로 전환하는 태도
  • 지난 날의 실수, 후회, 용서를 통해 새로운 해를 기도하는 마음
  • 삶의 정돈과 결심이라는 인문적 메시지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나무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감게 해 주십시오
더 밝게 눈뜨기 위해

감상평

이 시는 연말의 자문과 통찰을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실천했나요?’,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같은 질문 형식이 돋보이며 독자가 스스로의 삶을 점검하도록 이끕니다. 마지막의 ‘더 밝게 눈뜨기 위해’라는 문장은 명확한 결론이자 의지의 표현입니다.

해설

  • 연말 자기 점검이라는 주제
  • 질문을 통한 반성과 성찰
  • ‘겸허함’이라는 미덕의 강조

촛불 켜는 밤 — 이해인

촛불 켜는 밤 / 이해인

12월 밤에 조용히 커튼을 드리우고
촛불을 켠다

촛불 속으로 흐르는 음악 나는 눈을 감고
내가 걸어온 길, 가고 있는 길, 그 길에서
만난 이들의 수없는 얼굴들을 그려본다

내가 사랑하는 마루나무를, 민들레 씨를,
강, 호수, 바다, 구름, 별, 그 밖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본다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밤, 시를 쓰는
겨울밤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감상평

촛불, 음악, 기도, 기억이 상당히 은유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고요한 겨울의 정서를 강하게 자아냅니다. 조용한 방 안에서 삶을 회고하는 시간은 독자의 감정에도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해설

  • 촛불을 통한 명상적 이미지
  • 인간 관계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 구조
  • '겨울밤의 축복'이라는 해석 가능

이해인 시인 프로필

  • 이름: 이해인
  • 특징: 수녀이자 시인으로서 따뜻하고 영적인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 세계를 구축
  • 대표 정서: 기도·사유·감사·여유

12월 — 조병화

12월 / 조병화 시인

작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포플러나무
가지 중턱쯤 걸려 있는
까치집

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
겨울이 지나간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쫒으며
쫓기며
가는 세월
가고 있는 세월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떠난 것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생각 저편에서
아물 아물, 날로
손을 흔들며 죽어들 가고 있다

감상평

조병화 시인의 12월은 공허함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까치집, 빈 가지, 떠난 것들, 흔들리는 세월 등 상실의 이미지가 거침없이 이어지며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강조합니다. 최소한의 언어로 깊은 쓸쓸함을 표현하는 절제미가 돋보입니다.

해설

  • 계절의 공백과 삶의 공허함 연결
  • 떠남과 저편에서 사라져가는 기억들
  • 미니멀한 어휘로 구현된 겨울의 허무

조병화 시인 프로필

  • 이름: 조병화
  • 특징: 한국 현대시의 대표 서정 시인
  • 문체: 짧고 단단하며 사유적

12월의 시 — 최연홍

12월의 시 / 최연홍 시인

12월의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 모퉁이에
우울하게 서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에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
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 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에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고 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을 짜고 있는 당신의 손,
질주하는 세월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그 후에 함박눈 애린느 포근함

선인장의 빨간 꽃이 피고 있다
시인의 방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다
친구의 방에는 물이 끓고 있다
한국인의 겨울엔

감상평

이 시는 인간관계와 계절의 정서를 따뜻하게 결합합니다. ‘편지처럼 눈이 올 것 같다’,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와 같은 표현은 12월의 고즈넉한 온기를 잘 드러냅니다. 우정, 사랑, 추억이 중심축이 되며 겨울의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해설

  • 12월을 우정과 따뜻함의 달로 형상화
  • 자연 이미지(눈, 장작, 선인장)가 사람의 감정과 연결
  •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메시지

최연홍 시인 프로필

  • 이름: 최연홍
  • 특징: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부드럽게 결합하는 서정적 시인

12월의 시 — 강은교

12월의 시 / 강은교 시인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 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 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 매 날카로운
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을 갈아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있으리라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 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소리로
어둠의 노래로
그대의 귀를 적시라

마지막 촛불을 켜듯
잔별 서넛 밝히며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그림자를 거두며 가고 있다

감상평

강은교 시인은 어둠, 새벽, 바람 등 계절적 요소를 추상적 언어로 표현합니다. 시는 마치 한 장의 동양화처럼 흐르며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새벽의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12월의 적막을 품은 시적 이미지의 밀도가 높습니다.

해설

  • 자연의 어둠과 새벽의 대비
  • 슬픔과 치유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
  • 상징과 은유의 고도화

강은교 시인 프로필

  • 이름: 강은교
  • 특징: 시적 이미지가 세밀하고 은유적 깊이가 매우 높은 한국 대표 시인

12월 — 이외수

12월 / 이외수 시인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감상평

이외수 특유의 강렬하고 비극적인 정서가 흐릅니다. '눈이 내린다',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은 단순한 계절의 묘사가 아니라 삶의 고단함과 죄의식, 회개의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강렬한 어둠의 정조가 인상적입니다.

해설

  • 폭설과 종말의 이미지
  • 인간 고독과 죄의식의 심리적 표현
  • 겨울의 비극성을 강조하는 문체

이외수 시인 프로필

  • 이름: 이외수
  • 특징: 감성적이면서도 실존적 고뇌가 선명한 문체로 유명

12월 — 반기룡

12월 / 반기룡

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가슴속에 접어놓고
아수라장 같은
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

감상평

달력 한 장이 상징적 주제로 등장하며 한 해의 무게와 격변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사다난’, ‘시간의 허기’, ‘길고 질긴 시간’ 같은 표현은 지난 세월의 심리적 무게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해설

  • 달력 비유를 통한 시간 의식
  • 지나온 사건들의 잔상과 정서적 울림
  • 12월 초하루의 결심과 전환

반기룡 시인 프로필

  • 이름: 반기룡
  • 특징: 일상적 소재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서정 시인

12월 — 임영준

12월/ 임영준

잊혀질 날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자꾸 생각납니다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먼저 건네게 됩니다
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을 꼭 품고 싶습니다
또 다른 12월입니다

감상평

짧지만 울림 깊은 시입니다. ‘잊혀질 날들이 벌써 그립습니다’라는 첫 문장이 12월의 기묘한 감정을 정확히 짚습니다. 상투적인 인사 속에서도 따뜻함이 담겨 있고, 인간적 격려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습니다.

해설

  • 짧은 문장 속 정서의 압축력
  • 인간적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어조

임영준 시인 프로필

  • 이름: 임영준
  • 특징: 간결하면서도 따뜻한 표현에 강점

12월 — 오경택

12월 / 오경택 시인

시한부 생명의 운명 같은
한 장이 펄럭거린다

그 여름
작열하던 태양도
윤회의 전설 속으로 숨어들고
코끝으로 왔다가
자연의 섭리를 채색하던
가을은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

미처
옷 벗지 못한 나뭇잎 하나
다시 올 생명 잉태에
파르르 떨고
무성했던 땅의 숨소리 죽여 가던
마지막 한 장
내 몸 보다 무거운 탄식에
펄럭거린다


가나보다

감상평

시한부 생명 같은 ‘달력 한 장’의 상징이 인상적입니다. 자연, 계절, 떠남, 생명의 윤회가 순환 구조로 이어지며 생명력과 허무의 대비가 뚜렷합니다.

해설

  • 마지막 한 장의 무게와 허무
  • 생명력과 소멸의 대비
  • 자연의 순환성을 강조

오경택 시인 프로필

  • 이름: 오경택
  • 특징: 자연 이미지와 인간 내면을 결합한 서정적 시인

12월의 공허 — 오경택

12월의 공허 / 오경택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

감상평

지난 한 해를 채우지 못한 아쉬움, 욕망, 상념, 공허가 주제입니다. ‘계란 노른자처럼 선명한 욕망’이라는 비유가 압도적으로 강렬합니다. 깊은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해설

  • 공허의 본질적 탐구
  • 집요한 자기성찰적 구조

12월은 — 하영순

12월은 / 하영순

사랑의 종
시린 가슴 녹여 줄
따뜻한 정이었음 좋겠다.

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이었음 좋겠다

딸랑딸랑 소리에
가슴을 열고
시린 손 꼭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었음 좋겠다

바람 불어 낙엽은 뒹구는데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허전한 가슴


12월은 / 하영순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한 장 남은 달력 속에 만감이 교차한다.
정월 초하룻날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설계했을까
지나고 보면 해 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고 누에 뽕잎 갉아먹듯
시간만 축내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죄인이다 시간을 허비한 죄인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냐
보석에 비하랴
금 쪽에 비하랴

손에든 귀물을 놓쳐 버린 듯
허전한 마음
되돌이로 돌아올 수 없는
강물처럼
흘러버린 시간들이 가시 되어 늑골 밑을 찌른다.

천년 바위처럼 세월에 이끼 옷이나 입히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문틈으로 찾아 드는 바람이 차다
서럽다!
서럽다 못해 쓰리다
어제란 명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가?

감상평

사랑과 따뜻함을 소망하는 기도 같은 시입니다. 겨울의 냉기를 녹이는 인간관계의 온기를 강조하며, 정감적 요소가 매우 강합니다.

해설

  • 사랑·위안·온기라는 정서 중심
  • 겨울 시 중 가장 따뜻한 분위기

하영순 시인 프로필

  • 이름: 하영순
  • 특징: 감성적이고 휴머니즘 가득한 시를 쓰는 작가

12월의 단상 — 구경애

12월의 단상 / 구경애

저기 벌거벗은 가지 끝에

삶에 지쳐
넋 나간 한 사람
걸려 있고

숭숭 털 빠진
까치가 걸터앉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참새는 조잘거리고

지나던 바람은
쯧쯧,
혀 차며 흘겨보는데

추위에 떨던 고양이 한 마리
낡은 발톱으로 기지개 편다.

감상평

생활 속 풍경을 시적 언어로 바꾼 작품으로, 까치·참새·바람·고양이 등 다양한 존재들이 12월이라는 공간에서 인간의 고독과 맞닿습니다. 섬세한 생활 서정이 돋보입니다.

해설

  • 일상의 감각적 이미지
  • 소소하지만 깊은 겨울의 정취

구경애 시인 프로필

  • 이름: 구경애
  • 특징: 생활 서정을 중심으로 한 섬세한 감정선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무엇을 얻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 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있고
꼭 기억해야 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저런 일들을 머리 속에 그리는데
12월의 꽃 포인세티아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감상평

인생의 결산표 같은 시입니다. 한 해 동안의 감정, 행동, 후회, 사랑, 오해, 회개 등 삶의 전 영역을 스스로 문답하는 형식이 특징입니다. ‘포인세티아가 고개를 끄덕인다’는 마지막 이미지가 상징적으로 아름답습니다.

해설

  • 질문형 구조로 이루어진 자기반성
  • 계절과 인간 삶의 접점
  • 상징적 결말 이미지

오정방 시인 프로필

  • 이름: 오정방
  • 특징: 사색적이며 인간 내면을 촘촘히 탐구하는 시 세계

12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12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시인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두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풂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알의 꽃씨가
천 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두기로 해요

감상평

사랑, 나눔, 이해, 용서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12월을 ‘꽃씨의 계절’로 은유한 작품입니다. 생명의 이미지와 인간적 따뜻함이 잘 조화를 이룹니다.

해설

  • 꽃씨의 은유를 통한 희망 메시지
  • 따뜻함과 기부·베풂의 강조

이채 시인 프로필

  • 이름: 이채
  • 특징: 희망·용기·사랑을 주제로 한 밝은 시 세계

12월의 편지 — 혜원 전진옥

12월의 편지 / 혜원 전진옥

한해를 걸어오면서
꽃이 피고 잎이 지기까지
꿈으로 너울진 시간들

언제나 설레임이었고
오늘이란 선물은
늘 새로운 희망이었다

하루하루 그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이유가 되었으니까

이 소중했던 날들을
나는 노래하리라
모든 것이 감사했음을

감상평

한 해를 찍어 누른 감정, 설렘, 그리고 삶의 이유를 담담하게 말하는 시입니다. ‘오늘이란 선물’이라는 표현이 12월의 의미를 절묘하게 압축합니다.

해설

  • 시간의 소중함과 회고
  • 설렘과 희망의 결합

전진옥 시인 프로필

  • 이름: 혜원 전진옥
  • 특징: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 사용

12월의 기도 — 목필균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감상평

이 시는 비교적 서사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고, 세월의 무게, 나이, 인생의 책임, 회개의 마음까지 담아낸다. '부드럽게 늙어가는 시간의 감각'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깊은 연말의 사색을 유도합니다.

해설

  • 삶의 후반부를 돌아보는 성찰적 시선
  • 기도·회한·겸허함이 중심
  • 겨울의 차분함과 인간의 성숙이 교차

목필균 시인 프로필

  • 이름: 목필균
  • 특징: 묵직한 사유와 현실적 경험을 시에 반영하는 독특한 문체

결론

12월이라는 계절은 날씨만 추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특별한 시기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시들은 각기 다른 시적 감성과 문체를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시간의 흐름, 삶의 성찰, 고독과 위로, 그리고 새해를 향한 조용한 결심을 담아냅니다. 어떤 시는 따뜻함을 전해주고, 어떤 시는 현실의 무게를 드러내며, 또 어떤 시는 자연과 존재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독자들은 이 시들을 통해 12월의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회고와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다가올 새해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는 결국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마음을 덮어주는 겨울의 담요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올해의 마지막 달, 이 다양한 시들을 통해 자신을 위한 작은 쉼표 하나를 얻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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