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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봄 시 모음

by sk2nd 202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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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봄 시 모음

4월은 봄이 가장 또렷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달입니다. 3월이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는 시간이라면, 4월은 망설임보다 생명의 기세가 앞서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은 한꺼번에 피어나고, 바람은 겨울의 결을 털어내며,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밝아집니다. 그래서 4월을 노래한 시들은 대체로 화사하고 싱그럽지만,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피어나는 것의 눈부심 뒤에는 견딘 시간의 무게가 있고, 밝은 햇살 아래에는 지나간 추위와 그리움,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봄 시 모음

이번 글에서는 4월을 주제로 한 시들을 4월의 시모음으로 모아서, 각 시가 품고 있는 계절의 얼굴과 정서를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4월의 시모음

봄을 그리는 4월의 시 모음 전문은 원문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인용으로 넣고, 이어서 감상평과 해설, 시인 프로필을 정리했습니다. 같은 봄이라도 시인마다 전혀 다른 색으로 4월을 그려낸다는 점이 이 봄 시 모음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노천명, 4월의 노래

노천명의 「4월의 노래」는 사월이라는 계절을 단순한 봄의 한 장면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운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생명의 초대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시를 읽고 있으면 라일락 향과 푸른빛, 청춘의 맥박, 태양의 기운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독자에게도 다시 일어나라고 말하는 듯한 울림을 줍니다.

사월이 오면은,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푼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정령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려 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골이 구름을 벗기고
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의 호소력입니다. “사월이 오면은”이라는 첫 구절의 되풀이는 단순한 운율 장치가 아니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의 두근거림을 직접적으로 보여 줍니다. 또한 라일락, 푸른물, 태양, 거문고 같은 이미지가 이어지면서 4월은 단순히 꽃이 피는 달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이 동시에 살아나는 시기로 확장됩니다. 특히 “눈물을 걷자”라는 대목은 봄을 맞는 자세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계절은 스스로 오지만, 그 계절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뜻처럼 읽힙니다.

이 시를 감상할 때 주목할 부분은 밝음의 이면입니다. 시 전체는 희망을 노래하지만, 그 이전에 분명한 우울과 앙상함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처음부터 찬란한 것이 아니라, 황량함을 통과한 뒤 되찾는 생명의 노래입니다. 그래서 더 절실하고,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4월이라는 달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봄날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용기를 건네는 시간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노천명
  • 본명: 노기선
  • 출생: 1912년
  • 별칭: 사슴의 시인으로 자주 언급됨
  • 특징: 섬세한 감수성과 서정성, 여성적이고 맑은 정조, 고독과 자연에 대한 예민한 포착

안도현, 4월에 내리는 눈

안도현의 「4월에 내리는 눈」은 봄의 질서가 잠시 어긋나는 순간을 포착한 짧지만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4월과 눈이라는 상반된 계절 이미지가 부딪히면서, 시는 봄의 환희보다 봄의 머뭇거림과 당혹감을 보여 줍니다.

눈이 온다
4월에도

교사 뒤뜰 매화나무 한 그루가
열심히 꽃을 피워 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을 맞는다

엉거주춤 담벼락에 오줌 누다 들킨 녀석처럼
매실주 마실 생각 하다가
나도 찬 눈을 맞는다

이 시는 매우 짧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장면은 선명합니다. 열심히 꽃을 피워내던 매화나무가 갑자기 내린 눈을 맞는 모습은 봄의 순조로운 진행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봄은 늘 예정된 시간표대로만 오지 않습니다. 꽃이 피는 순간에도 추위는 돌아올 수 있고, 생명은 그 사이에서 잠시 주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엉거주춤 담벼락에 오줌 누다 들킨 녀석처럼”이라는 비유는 안도현 시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재치 있는 감각을 잘 보여 줍니다. 봄날의 눈이라는 낯선 풍경이 우아한 묘사 대신 생활적인 비유로 표현되면서, 시는 어렵지 않고 생생해집니다. 또한 화자 자신도 “찬 눈을 맞는다”고 말함으로써 자연의 상황을 관찰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낯섦과 쑥스러움을 함께 체험합니다. 이 작품은 4월이 꼭 화사하고 완벽한 계절만은 아니라는 점, 봄에도 예상치 못한 냉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주 간결하게 전달합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안도현
  • 출생: 1961년
  • 대표적 이미지: 연어, 자연, 서민적 정서
  • 특징: 쉬운 언어 속 깊은 울림, 생태적 감수성, 일상적 비유를 통한 서정의 확장

목필균, 4월

목필균의 「4월」은 벚꽃의 화려함만 바라보는 시가 아닙니다. 이 시는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며 오히려 눈이 다칠 만큼의 강렬함을 অনুভ끼고, 겨울을 견딘 향기와 체온, 꽃소식과 열감기 같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4월의 뜨거운 생명성을 그려냅니다.

벚나무 바라보다
뜨거워라
흐드러진 꽃잎에
눈을 다친다

저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뎠는데
까짓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봄비 내려
싸늘하게 식은 체온
비벼대던 꽃잎
하르르 떨구어져도

무한대로 흐르는 꽃소식
으슬으슬 열감기가
가지마다 열꽃을 피워댄다

이 시는 감각이 매우 강합니다. 벚꽃을 보고 “눈을 다친다”고 표현하는 부분은 봄꽃의 아름다움을 부드러운 감탄으로 처리하지 않고, 거의 통증에 가까운 감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만큼 4월은 눈부시고,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계절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열꽃”과 “열감기”라는 표현을 통해, 꽃이 피는 장면이 단순한 개화가 아니라 몸 안에서 열이 오르는 듯한 생명의 과열 상태로 형상화됩니다.

이 시의 또 다른 장점은 그리움과 계절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뎠다는 구절은, 연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 줍니다. 그래서 뒤이어 나오는 “까짓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라는 다짐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이 작품은 봄꽃을 배경으로 한 감상적인 시라기보다, 아픔과 그리움까지 품어내는 강인한 봄의 시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목필균
  • 특징: 짧고 응축된 표현 속 강한 이미지, 감각적인 봄의 언어, 자연과 내면 감정의 긴밀한 결합

박목월, 사월의 노래

박목월의 「사월의 노래」는 한국 서정시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목련꽃 그늘, 베르테르의 편지, 피리, 항구, 배, 생명의 등불, 무지개 계절 같은 이미지가 겹겹이 쌓이며 4월을 하나의 낭만적이고도 상징적인 시공간으로 만들어 냅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이 시는 서사적으로 길지 않지만, 장면이 넓고 깊습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고, 언덕에서 피리를 불고,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는 장면은 현실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내면의 여행처럼 읽힙니다. 봄은 여기서 꽃이 피는 계절이자, 인간이 먼 곳을 꿈꾸고 스스로를 떠나보내는 계절이 됩니다.

특히 마지막 연의 “생명의 등불”, “빛나는 꿈의 계절”,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은 4월이라는 달의 양가성을 매우 아름답게 보여 줍니다. 4월은 단지 밝고 명랑한 시간이 아니라, 꿈과 눈물이 함께 있는 계절입니다. 무지개가 눈물 뒤에 나타나듯이, 아름다움은 언제나 어떤 정서의 통과 뒤에 도착합니다. 박목월의 시는 이런 복합적인 봄의 정서를 아주 맑고 고전적인 어조로 정리해 냅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박목월
  • 출생: 1915년
  • 별세: 1978년
  • 문단 위치: 한국 현대 서정시의 대표 시인
  • 특징: 자연 친화적 서정, 전통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결합, 음악성 있는 언어

이해인, 4월의 시

이해인의 「4월의 시」는 4월을 가장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시에는 거창한 상징보다 삶을 사랑하고 오늘을 아끼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계절을 감상했다기보다 하루를 더 정성스럽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남습니다.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웠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사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맘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적이며,
꽃들 가득한 사우러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두 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보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이 시의 핵심은 현재성입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라는 구절은 단순하면서도 오래 남습니다. 사람은 늘 다음 계절, 다음 시기, 다음 기회를 생각하지만, 정작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오늘뿐이라는 사실을 이 시는 부드럽게 일깨웁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4월은 미래를 미루는 계절이 아니라 지금을 사랑하는 계절입니다.

또한 이해인 시의 매력은 언어가 어렵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고운 꽃, 향기, 꽃길, 오늘 곁에 있는 모두 같은 표현은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그 친숙함 덕분에 오히려 진심이 또렷해집니다. 화려한 수사보다 생활에 가까운 어조로 봄의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방식은 많은 독자에게 오래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4월을 거창한 철학으로 설명하지 않고, 오늘의 햇살과 사람을 아끼는 마음으로 충분히 말해 냅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이해인
  • 수녀명: 클라우디아
  • 특징: 맑고 따뜻한 종교적 서정, 사랑과 감사의 정서, 일상 속 희망을 길어 올리는 언어
  • 독자 인상: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치유의 시 세계

윤보영, 내 4월의 향기를

윤보영의 「내 4월의 향기를」은 4월을 시각보다 후각의 이미지로 붙잡아 둔 작품입니다. 이 시에서 4월은 꽃이 보이는 계절이기보다, 내 안에 스며드는 향기의 계절입니다. 그리고 그 향기는 결국 타인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확장됩니다.

내 4월은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3월에 피었던 꽃향기와
4월에 피게 될 꽃향기
고스란이 내 안으로 스며들어
눈빛가지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향기를 나누며
향기를 즐기며
아름다운 4월로 만들고
싱그러운 5월을 맞을 수 있게
마음을 열어 두어야겠어요

4월에는
한달 내내 향기속의 나처럼
당신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더 좋겠습니다

마주보며 웃을 수 있게
그 웃음이 내 행복이 될 수 있기에...

이 시는 봄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관계의 언어로 바꾸고 있습니다. 향기는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의 4월은 개인의 감상에 머물지 않고,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는 계절입니다. “당신에게도 향기가 났으면”이라는 바람은 결국 상대의 행복을 비는 마음이고, 그 마음이 다시 자신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매우 따뜻합니다.

이 작품은 복잡한 상징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꽃향기가 눈빛에까지 번져 났으면 좋겠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의 향기를 넘어, 사람의 표정과 태도까지 향기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봄이라는 계절이 외부의 풍경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분위기와 인간관계의 결까지 부드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윤보영
  • 특징: 짧고 편안한 언어, 사랑과 위로의 정서, 일상 속 감정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서정
  • 대표 인상: 부담 없이 읽히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 시풍

홍경임, 4월의 바람

홍경임의 「4월의 바람」은 실내의 정적과 바깥의 계절이 교차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거실의 음악, 커피 한 잔, 골목의 라일락, 그리고 4월의 바람이 차례로 이어지며 봄이 한 사람의 영혼과 몸을 어떻게 흔들어 깨우는지를 보여 줍니다.

모짜르트가 흐르는 거실에서
홀가분한 마음 되어
커피 한 잔 말없이 마시니
잠에 취했던 나의 영혼 기지개를 켠다

맑은 기분으로 4월의 햇살을 받으며
돌산 밑 작은 동네을 지날 때면
골목 파란 대문집 라일락 꽃잎은
내 볼을 어루만지는데

4월의 바람 오늘은 더욱
여며진 내 가슴을 헤집으며
어제와는 다른 몸짓으로 하여
나를 반긴다.

이 시는 아주 구체적인 생활의 장면에서 출발합니다. 모차르트가 흐르는 거실, 커피 한 잔, 골목의 파란 대문집 같은 요소들은 4월을 멀리 있는 계절이 아니라 내 일상 가까이에 있는 계절로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영혼이 기지개를 켠다는 표현은 봄의 변화를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각성으로 이어 줍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좋습니다. 4월의 바람은 단지 스쳐 지나가는 공기가 아니라 “여며진 내 가슴을 헤집으며” 다가오는 존재입니다. 이 표현에는 다소 흔들리고 아픈 감각도 담겨 있습니다. 봄은 우리를 편안하게만 하지 않습니다. 잠자고 있던 감정, 눌러 두었던 기억, 닫아 둔 마음을 다시 열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4월의 바람은 따뜻한 위로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문을 두드리는 힘으로 읽힙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홍경임
  • 특징: 생활의 장면을 바탕으로 한 서정, 감각적인 봄의 묘사, 음악과 정서가 어우러진 분위기 형성

이정환, 4월

이정환의 「4월」은 이번 시모음 가운데 가장 성찰적인 작품에 가깝습니다. 많은 시가 4월의 꽃과 향기, 햇살을 노래할 때 이 시는 그 눈부심 아래 감춰진 고통의 과정을 전면에 드러냅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봄이 단지 예쁜 계절이 아니라, 아픔 끝에 도착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람이든 초목이든
생명이 태어나는데는
고통이 따른다.

죽은 것들이 돌아와
줄기 부르트고
다른 "나"로 빠져 나오는 과정이
어찌 순탄하겠는가.

다시 우리 앞에 펼쳐진,
눈 시리게 빛나는
연녹색의 세상엔
그토록 아프고 절절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길고 긴 고통과 짧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계절.
누구든 4월을
허투루 보내선 안될 일이다.

이 시의 미덕은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꽃과 연녹색의 세상이 왜 아름다운지, 시인은 단지 눈앞의 결과만 말하지 않습니다. 그 빛나는 장면 뒤에 얼마나 긴 고통이 있었는지를 함께 보여 줍니다. 초목이 줄기를 틔우고 다른 “나”로 빠져나오는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는 말은 식물의 생장을 넘어 인간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누구든 4월을 허투루 보내선 안될 일이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계절 예찬이 아닙니다. 눈부신 아름다움은 대가 없이 오지 않으며, 그렇기에 이 계절은 함부로 흘려보낼 수 없다는 다짐에 가깝습니다. 화사한 봄꽃 속에서도 삶의 통증과 회복의 과정을 동시에 보게 만드는, 깊이가 큰 4월의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이정환
  • 특징: 계절의 표면보다 본질을 응시하는 태도, 생명과 고통의 공존을 사유하는 시선, 절제된 언어 속 철학적 울림

정연복, 4월의 노래

정연복의 「4월의 노래」는 복잡한 해석보다 마음의 방향을 바로 세워 주는 시입니다. 꽃이 지천으로 피는 계절에 마음이 약해지지 말자고 다독이고, 좋은 생각만 하며 살자고 권하는 이 작품은 읽는 사람에게 봄날의 생활 수칙처럼 다가옵니다.

꽃들
지천으로 피는데
마음 약해지지 말자
마음 약해지지 말자.

진달래 개나리의
웃음소리 크게 들리고
벚꽃고 목련의
환한 빛으로 온 세상 밝은
4월에는 그냥
좋은 생각만 하며 살자.

한철을 살다 가는 꽃들
저리도 해맑게 웃는데
한세상 살다 가는 나도
웃자 환하게 웃자.

이 시는 직접적입니다. 하지만 그 직접성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봄꽃을 보며 마음 약해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순간, 이미 마음 한편의 흔들림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밝은 말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그 밝음은 현실의 상처를 모른 척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지나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나옵니다.

또한 이 작품은 꽃과 인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한철을 살다 가는 꽃도 저리 해맑게 웃는데, 한세상을 사는 나도 웃자고 말하는 구절은 지나치게 철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울림이 있습니다. 봄의 꽃은 오래 피지 않기에 더 환하고, 인간의 삶 또한 유한하기에 더 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간명하게 전달됩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정연복
  • 특징: 쉬운 언어로 전하는 삶의 위로, 자연을 통한 성찰, 긍정과 절제의 미학
  • 독자 인상: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마음을 고르게 해 주는 시풍

오순화, 4월의 편지

오순화의 「4월의 편지」는 4월을 관계와 공감의 계절로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꽃, 하늘, 흙, 바람이 서로의 감정에 반응하고, 결국 그 감정은 사람 사이의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자연과 인간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시선이 따뜻하게 살아 있습니다.

꽃이 울면 하늘도 울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아프면 꽃을 품고 있는
흙도 아프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웃으면 하늘도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피는 날 꽃을 품고 있는
흙도 헤죽헤죽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맑고 착한 바람에
고운 향기 실어 보내는 하늘이 품은 사랑
그대에게 띄우며
하늘이 울면 꽃이 따라 울고
하늘이 웃으면 꽃도 함께 웃는 봄날
그대의 눈물 속에 내가 있고
내 웃음 속에 그대가 있음을
사랑합니다

이 시의 중심에는 공감이 있습니다. 꽃이 울면 하늘도 울고, 꽃이 아프면 흙도 아프다는 표현은 자연을 생명 공동체로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마지막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옮겨 갑니다. “그대의 눈물 속에 내가 있고 내 웃음 속에 그대가 있음을”이라는 구절은 결국 타인의 감정과 내 감정이 서로 닿아 있다는 고백입니다.

이 작품은 4월을 단순히 꽃이 많은 계절로 그리지 않습니다. 꽃과 하늘과 흙이 모두 연결되어 있듯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편지 형식의 다정한 어조로 들려줍니다. 그래서 이 시를 읽고 나면 4월은 화사한 풍경의 달이 아니라, 조금 더 다정해지고 조금 더 서로를 살피게 되는 달처럼 느껴집니다.

  • 시인 프로필
  • 이름: 오순화
  • 특징: 공감과 사랑의 정서를 중심에 두는 서정, 자연과 인간 감정의 연결, 편지처럼 다정한 어조

4월의 시를 읽는 이유

4월의 시를 모아 읽다 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함께 보입니다. 공통점은 누구나 봄을 꽃과 바람, 빛, 향기라는 감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그 감각을 해석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4월을 청춘의 노래로 듣고, 누군가는 늦게 내린 눈 앞에서 머뭇거림을 느끼며, 누군가는 꽃의 화사함 속에서 긴 고통의 흔적을 읽어 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오늘 이 봄을 사랑하자고 말하고, 누군가는 향기를 나누며 서로의 행복을 빕니다.

이처럼 4월의 시는 단순히 계절을 기록하는 글이 아니라, 시인마다 다른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라일락과 벚꽃을 보아도 어떤 이는 희망을 보고, 어떤 이는 통증을 보고, 어떤 이는 사랑과 감사를 봅니다. 그래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계절을 한 번 더 사는 일과도 같습니다. 내가 미처 붙잡지 못했던 4월의 한 장면, 그냥 지나쳐 버렸던 봄의 감정을 시가 대신 붙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결론

4월의 시들은 하나같이 봄을 노래하지만, 그 봄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노천명의 4월은 다시 살아나는 청춘의 기운이고, 안도현의 4월은 계절의 망설임이며, 목필균의 4월은 눈부신 통증에 가깝습니다. 박목월의 4월은 낭만과 꿈의 계절이고, 이해인의 4월은 오늘을 사랑하는 감사의 시간입니다. 윤보영은 향기로 번지는 관계를 말하고, 홍경임은 바람이 흔드는 내면의 각성을 그리며, 이정환은 생명의 탄생에 따르는 고통을 응시합니다. 정연복은 환하게 웃자고 다독이고, 오순화는 서로의 감정이 연결되어 있음을 사랑으로 건넵니다.

그래서 4월의 시를 읽는 일은 단순히 계절시를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 내 마음이 어떤 4월을 지나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꽃길을 걷는 4월일 것이고, 누군가는 늦눈을 맞는 4월일 것이며, 또 누군가는 긴 고통 끝에 겨우 연녹색을 틔우는 4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이든 4월은 다시 피어나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이 계절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고, 시 한 편과 함께 천천히 붙잡아 보아도 좋겠습니다. 봄은 늘 짧고, 좋은 시는 그 짧은 봄을 오래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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